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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레국밥: 한국 전통의 쫄깃한 맛과 역사가 담긴 향토 음식

by 경운 2025.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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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레국밥 한 그릇에 담긴 삶의 온기

 

창녕전통시장의 아침은 늘 소란스럽다. 새벽녘부터 상인들이 좌판을 펴고, 

손님들이 좁은 골목을 채우며 왁자지껄한 소리가 메아리친다. 

 

그 속에서 나는 카메라를 들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시장의 공기는 차갑고 축축했지만, 

어디선가 떠도는 얼큰한 국물 냄새가 내 코끝을 간질였다. 

 

그 향기는 나를 오래된 기억 속으로 끌고 갔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 

나무젓가락으로 국밥을 떠먹던 어린 시절, 그리고 그 따뜻했던 순간들.


나는 시장 한구석에 자리 잡은 작은 식당 앞에 멈춰 섰다. 

간판은 오래돼 글씨가 희미했지만, ‘수구레국밥’이라는 단어만은 또렷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에서 김을 뿜는 커다란 솥과 그 옆에 서 있는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에 하얀 수건을 두르고, 손에는 국자를 든 그 모습은 마치 세월을 거스른 풍경 같았다. 

 

할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서 오이라, 아가. 배고프지? 앉아봐라.”
나는 나무 의자에 앉아 메뉴판 대신 할머니의 손길을 바라봤다. 

 

할머니는 솥에서 국물을 퍼내고, 쫄깃한 수구레와 선지를 얹은 뒤 콩나물과 대파를 아낌없이 올렸다. 

 

붉은 고춧가루가 국물 위에 살짝 뿌려지며 칼칼한 향이 퍼졌다. 

 

한 그릇이 내 앞에 놓였을 때,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 냄새는 단순한 음식의 향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의 손때와 정성이 깃든, 살아있는 이야기였다.

 


내가 처음 수구레국밥을 먹은 건 여덟 살 때였다. 그때 우리 집은 가난했다.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삶을 이어갔고, 

 

어머니는 새벽부터 시장에서 채소를 팔았다. 

 

나는 늘 배고프다는 말을 입에 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소 한 마리를 도축하고 돌아오셨다. 

 

그날 밤, 어머니는 아버지가 가져온 수구레를 손질하며 말했다.
“이건 소고기만큼 귀한 거야. 아껴 먹어야 해.”

 

수구레는 소의 가죽과 살코기 사이에 붙어 있는 아교질 부위였다. 

어머니는 그것을 끓는 물에 삶아 잔털과 기름기를 제거한 뒤, 뼈 육수에 넣고 푹 끓였다. 

 

선지와 콩나물, 무를 더하고 고춧가루로 얼큰하게 맛을 낸 그 국밥은 

어린 나에게 천국 같은 맛이었다. 

 

쫄깃한 수구레를 씹을 때마다 콜라겐의 부드러움이 입안에 퍼졌고, 

선지의 고소함과 국물의 깊은 맛이 배고프던 내 배를 채웠다. 

그날 밤,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말했다.

 


“엄마, 나 커서 돈 많이 벌어서 매일 국밥 먹게 해 줄게.”
어머니는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미소는 지금도 내 가슴에 남아 있다.


다시 창녕의 식당으로 돌아왔다. 나는 숟가락을 들고 수구레국밥을 한 입 떠먹었다. 

첫맛은 칼칼했고, 두 번째는 고소했다. 세 번째 숟가락을 입에 넣을 때쯤, 

 

수구레의 쫄깃한 식감이 혀끝에서 춤을 췄다. 콩나물의 아삭함과 

대파의 향긋함이 어우러진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월을 품은 맛이었다. 나는 문득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이 국밥 언제부터 만드셨어요?”


할머니는 솥을 저으며 천천히 입을 뗐다.


“내가 열여섯 살 때부터였나… 그러니까 60년도 더 됐네. 

우리 어머니가 백중놀이 때 만들던 걸 보고 배웠어. 

 

그때는 소고기가 귀해서 수구레라도 아껴 먹었지. 

 

가난한 사람들이라도 배고프지 않게 해주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됐네.”
할머니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속에는 깊은 이야기가 묻어 있었다. 

 

백중놀이, 음력 7월 15일에 열리는 농촌의 잔치. 

그 시절 힘든 노동 끝에 소고기를 구경하기 어려웠고, 

 

대신 수구레를 끓여 나눠 먹었다고 한다. 그게 수구레국밥의 시작이었다.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위로하던 마음이 담긴 음식이었다.
“그럼 이 솥도 오래된 거겠네요?” 내가 웃으며 묻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어머니가 쓰던 거야. 

 

이렇듯 수구레국밥은 서민들의 애환이 녹아 있었던 음식이다. 

 

경남 창녕과 대구의 현풍지역이 유명하다. 

 

수구레국밥은 한국의 지역별로 독특한 특색을 지닌 향토 음식으로, 

주로 경남 창녕과 대구 현풍에서 유명하다. 각 지역의 수구레국밥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며, 조리법과 맛에도 차이가 있다.

경남 창녕의 수구레국밥
창녕은 우시장으로 유명해 소의 부산물인 수구레가 풍부하게 공급되었던 지역이다. 

수구레국밥은 과거 가난한 서민들이 소고기 대신 먹던 음식으로 시작되었으며, 

현재는 창녕을 대표하는 별미로 자리 잡았다. 

 

창녕 오일장에서는 매달 6일만 열리는 수구레국밥이 특히 인기다. 

콩나물, 우거지, 파, 부추 등을 넣고 얼큰한 양념으로 끓여내는 것이 특징이다. 

수구레는 3시간 이상 끓여야 된다.  사실 씹는 맛을 빼면 무맛일수도 있다.

 

창녕 이방시장의 '원조 할매 수구레국밥'은 70년 전통을 자랑하며, 

매콤한 양념장이 녹아든 칼칼한 국물로 유명하다. (아침부터 웨이팅이 있어요)

대구 현풍의 수구레국밥
현풍시장은 1918년 개설된 전통시장으로, 수구레국밥이

서민들의 대표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현풍식 수구레국밥은 수구레와 선지를 고춧가루, 풋고추, 파, 간장 등으로 양념하고,

산초 가루와 마늘을 넣어 누린내를 없앤 뒤 끓여낸다.

국물이 미리 준비되어 주문과 동시에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alt-창녕-현풍-수구레국밥
지역 국밥 비교

 

 

수구레국밥은 영양가가 높은 이유는 주로 수구레의 특수한 성분과 다양한 재료의 조합에 있다. 

 

수구레는 소의 가죽과 고기 사이에 있는 아교질로, 콜라겐과 젤라틴이 풍부하며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이다. 

 

이는 관절 건강 개선, 피부 미용, 골다공증 예방 등에 효과적이다. 

 

또한, 수구레에는 비타민 B군, 철분, 칼륨, 아연 등 다양한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어 

 

빈혈 예방, 피로 해소, 심혈관 건강 개선에 도움을 준다

 

남산동 가야수구레선지국밥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토요일 부산의 남산동 수구레국밥집에 갔습니다.

부산에는 수구레국밥집이 많이 없습니다. 

 

 

alt-가야수구레-선지국밥
남산동 가야포차 수구레 선지국밥
alt-가야포차-선지국
alt-메뉴판
메뉴판

 

계란말이가 하나 나오는데 하나 더 추가해서 1인당 하나씩 먹었습니다. 

alt-부추-계란
부추 계란 깍두기
alt-수구레국밥-뚝배기
모습이 아름다운 뚝배기

 

반찬은 조촐하지만 가격대비 좋다 비싼 김이랑 계란 깍두기 부추(부추) 이렇게 수구레국밥이랑 어울리는 딱 그 맛이다.

alt-기본상차림
기본상차림

 

부추도 가득 넣어보고, 지방같이 생긴 것이 매력포인트이다. 

alt-수구레국밥-고기한점
수구레국밥과 부추

 

수구레는 처음 먹으면 느끼할 수 있습니다. 케바케지만 아는 맛이 무서운 법입니다. 은근히 당기는 맛이 있어요.

밑에 선지도 제법 깔려있습니다. 

alt-수구레국밥-한숟갈
한숟갈

 

수구레:소의 가죽과 살사이의 피하조직이면 돼지껍질랑 유사한 부위다.

 

https://naver.me/GOP7Oy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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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포차선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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